하이큐 / +a 2014. 9. 25. 23:12

달성표 08. 오이이와 조각 (피스틸버스 au)





하이큐 / 오이이와 조각

(우시지마 이름만 등장 주의, 우시지마 사망 주의)



<피스틸 버스 Pistil verse>

http://blog.naver.com/ywtvxq93/220085632767


피스틸은 2차 성징을 겪으며 각성한다. 피스틸이 각성하면 등과 날개뼈를 타고 나무가 자라난다.

스테먼과 관계를 맺을 때마다 피스틸의 몸에 나타난 나뭇가지에 꽃이 하나씩 피어난다.

피스틸의 몸에 피울 수 있는 꽃의 종류는 스테먼마다 다르다.

스테먼의 상위 4퍼센트에 속하는 베놈 스테먼은 피스틸의 몸에 꽃 대신 독초를 피게 한다.

베놈 스테먼은 '본딩'이 가능하며, 본딩된 피스틸은 그 베놈 스테먼의 것이 되어 다른 스테먼과 관계를 갖지 못한다.

본딩된 피스틸과 다른 스테먼이 관계를 가질 경우, 그 피스틸과 스테먼은 독소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기본 설정이고 날조된 설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베놈 스테먼이 사망할 경우 본딩은 풀리게 되고, 독소가 퍼지는 효과는 사라지지만 이미 새겨진 꽃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신을 믿었다. 종교가 있는 것과는 달랐다. 신앙심을 가지고 신을 모시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인간의 영혼을 내세(來世)로 이끄는 절대자가 있다고 믿었다. 이 정도는 일반적인 이야기로 통용될 법한 수준이었으나, 오이카와의 직업을 떠올리면 그가 어떤 기분으로 신의 존재를 믿는지 누구나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현존하는 사람 중 오이카와의 곁에서 가장 오래 시간을 보낸 이와이즈미 또한 과거에 이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익숙하게 총신을 분해한 후 꼼꼼히 닦는 오이카와에게 직접 물어본 적도 있었다.


  내세가 있다고 믿는다면.


  침대에 걸터앉은 이와이즈미가 그렇게 운을 띄우자 오이카와는 총에 집중하던 눈을 들어 이와이즈미를 쳐다보았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오리가미 색종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속 편한 얼굴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와이즈미에게는 익숙한 괴리감이었다.


  두렵지 않아? 지금 네가 하는 일.


  그 말에 오이카와는 평소처럼 웃었다. 대답은 바로 따라붙지 않았다. 어차피 제대로 된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어서 이와이즈미는 그런 반응에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싹싹 청소를 마친 총을 제대로 조립해서 서랍에 넣어두고,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곁에 앉았다. 이와이즈미의 목덜미로 나뭇가지가 비져나와 있었다. 엄지손가락 끝으로 가지를 살살 어루만지다 입을 맞췄다. 어깨에 턱을 올린 채로 대답했다.


  신이 있다면 말이야, 이와이즈미.


  평소의 호칭보다 훨씬 낯선 느낌이었다.


  죽음 같은 걸로 쉽게 구원을 제공해 줄 리가 없어.


  티셔츠 속으로 들어오는 손에 이와이즈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반라가 된 이와이즈미의 등에는 산수유나무가 있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달린 서너 송이의 산수유꽃이 나무의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나무.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를 가끔 그렇게 불렀다. 꽃이 피지 않은 나무보다야 이미 꽃봉오리가 맺힌 나무 쪽이 이름을 알기는 훨씬 쉬웠다. 이와이즈미는 산수유나무를 등에 지고 있다고, 오이카와는 자신있게 말하곤 했다. 유일하게 피어있는 노란 꽃 덕분이었다.


  인간이라는 건 그렇게 간단하게 안식을 얻을 수 없어.

  어째서?

  빌어먹을 절대자 때문에.


  오이카와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얻을 수 없는 것을 원해본 적 있는 사람만이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아무 반박도 하지 않았다.



*



  베놈 스테먼이 죽으면 본딩되어 있던 관계는 해제된다. 독소는 더 이상 영향을 끼치지 않게 되지만, 이미 피스틸의 몸에 새겨진 독초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이카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이 원하는 상대에게 총구를 겨눴다. 안식을 얻고자 했던 일이었지만 남은 것은 고작 시간제한만 풀렸을 뿐인 고통이었다. 우시지마는 이와이즈미의 몸에 독초를 남겼고, 그것은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 우시지마가 살아있든 죽어있든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인간이라는 건 그렇게 간단하게 안식을 얻을 수 없다.

  오이카와는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변함없는 사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시지마를 죽였다. 고작 꽃 한 송이에 오이카와의 산수유나무는 영원히 사라졌다. 오이카와의 뿌리는 흔들렸고, 이와이즈미는 뿌리가 흔들린 나무를 끌어안고 평생을 살아야 했다.


  “한 송이 더 늘어났겠네, 산수유꽃.”


  섹스가 끝난 후, 이와이즈미는 제게서 등을 돌리고 누운 오이카와를 향해 말했다. 말투는 딱히 위로답지 않았다. 이와이즈미는 상냥함과 다정함이 겉으로 전부 드러나도록 누군가를 다독이는 성격은 아니었다. 이와이즈미의 말을 빌리면 사격 실력 말고는 마음에 드는 구석이 단 한 군데도 없다는 오이카와는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무뚝뚝한 말에서 잘도 위로를 찾아내 끌어안았다. 직업을 이쪽으로 택하면서 오이카와가 유일하게 후회한 것이 있다면 사격 실력마저도 이와이즈미의 마음에 들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이와이즈미는 그 말에 직접적으로 동의했고, 적어도 네 목숨 쉽게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말해 주었다.

  오이카와는 그 말에 구원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생각했었다.


  “이걸 볼 때마다 나는.”


  오이카와는 엎드리고 누운 이와이즈미의 등 한 군데를 짚었다. 입술과 이가 빨아들이고 깨문 탓에 붉게 든 멍자국이 새파란 꽃 한 송이를 애써 가리고 있었다. 노란 산수유꽃 사이에서 가장 강렬하고 이질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도려내고 싶다면 그렇게 해.”


  이와이즈미가 말했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저었다.


  “항상, 내 눈을 찌르고 싶어.”


  오이카와는 절망하고 있지 않았다. 고민하는 눈빛이었다. 이와이즈미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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